일주일 전에 오븐을 샀다.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마음에 드는 녀석으로 골랐다. 밀가루와 버터와 계란으로 반죽을 하고, 파우더와 건포도를 넣어 쿠키를 만들었다. 우선은 쿠키 위에 계란을 바르고 조금 굽다가 다시 그 위에 올리고당을 발라서 다시 구웠다. 며칠 전에는 밤과 호두를 잘개 잘라 팥 앙금에 넣고 만주도 만들어봤다. 생강 가루를 넣고 고향 집에서 얻어온, 어머니가 담근 매실청을 졸여서 위에 바른 녀석도 제법 맛나게 만들어졌다.

더운 여름동안 쓰지 않았던 커피 기계를 다시 꺼내어 씻고 닦았다. 깨끗하게 닦아준 다음 냉동실에 밀봉해서 얼려두었던 원두를 꺼내어 잘게 갈았다. 한 네다섯달 만인가, 진하고 깔끔하게 내린 커피에 건포도 쿠키를 먹었다. 아삭 하고 또 달콤하고 그리고 향도 좋았다. 

그러면서 Taipei Exchanges, 라는 영화를 보았다. 중간에 커피가 떨어지면 잠시 영화를 중지시켜놓고 다시 커피를 내려서 홀짝거리고, 그 와중에 오븐에서 띵, 하고 소리가 나면 쿠키를 꺼내어 아삭거렸다. 영화 마지막, 당신에게 제일 가치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자막이 나왔다. 어둠이 내려앉고 조용히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지금,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