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

마리아와 만났을 때, 나는 시끌벅적한 선술집 한가운데서 조용이 홀로 앉아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문득 저쪽 구석의 문이 열리고 몇몇의 외국인들이 들어왔다. 그리 크지 않은 pub 이라서 따로 여분의 테이블은 없었고, 그들은 자유롭게 나눠져 각자 빈 자리에 동석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이 그들의 자리였다는 듯이. 그리고 홀로 앉아 맥주를 홀짝이고 있던 내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마리아.

유창한 영어로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보는 마리아는, 외국인이라고 하기엔 꼭 우리나라 사람 같아서 나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고, 그녀는 자신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옆에 있는 파라과이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어는 거의 못하지만, 실은 반쯤은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야기도 했던 것 같다. 잘 못하는 내 영어 실력으로 떠듬떠뜸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도 그녀가, 내가 예전에 잠시 다녔던 한동대에 다닌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직까지도 내 지갑 한구석에 잠들어있던 옛 한동대 학생증을 꺼내서 서로의 학생증을 뒤집으며 낄낄대기도 했다. 이젠 아무 쓸모도 없을꺼라고 생각하고 지갑속에 넣어둔 채 잊고 있었던 그 학생증이 이렇게 쓰일줄은 몰랐다. 너한테도 쓸모가 있을 때가 있구나.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흘러 나오는 노래에 눈을 감고 천천히 마음을 흘려 보내다가, 다시 몇잔의 술을 서로 권하기도 하고.. 그녀에게 e-mail 주소를 알려주며 anemos는 그리스어로 바람이라는 뜻이라고 알려주자, 그녀는 그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물어보았다. 그러고 보면 그 바람은 정말 어디서 불어왔던 걸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안녕이라 말하며 pub을 나섰다. 늦은 밤, 서울의 밤공기는 유난히 차기도 하다.